기성용이 끝내 FC서울을 떠난다. 구단이 지난 25일 공식적으로 결별을 발표하면서, 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영원한 캡틴의 시대가 이렇게 찝찝한 마침표를 찍게 됐다. 현재 그는 포항 스틸러스 입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서울에서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후 11년간의 화려한 유럽 생활을 거쳐 2020년 다시 K리그로 복귀했을 때만 해도 이런 결말을 예상한 이는 없었을 거다. 서울 소속으로 10시즌을 뛰며 통산 198경기 14골 19도움을 기록했다. 수치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절대적인 상징성이 그에겐 있었다. 하지만 작년 감독 교체 이후 팀 내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부상까지 겹치며 지난 시즌엔 20경기 출전에 그쳤고, 올해는 고작 8경기밖에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최근 흐름을 보면 이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 6월 13일 광주전을 시작으로 17일 강원, 21일 전북전까지 내리 결장했고, 심지어 교체 명단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구단 측은 “올 시즌 선수단 운영 계획에서 기회가 없음을 확인한 기성용이 남은 선수 인생의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해 더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고,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나중에 선수가 은퇴할 때 성대한 은퇴식도 열어주고 지도자 생활도 적극 조력하겠다며 이번 이적을 ‘잠시 이별’이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포장하긴 했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커뮤니티와 SNS는 이미 구단 성토장으로 변했고, 급기야 25일 서울의 훈련장인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는 ‘낭만과 성적 모두 놓친 구단’이라는 날 선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까지 줄지어 등장했다. 베테랑의 마지막 불꽃은 온전히 타오르지 못한 채 상암벌엔 씁쓸한 매연만 남게 생겼다.

베트남에 밀린 조 2위, 통쾌하지 않은 소년들의 8강행

국내 축구계가 레전드의 쓸쓸한 뒷모습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는 한국 축구의 미래들이 다소 묘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2026 AFC U-17 아시안컵에서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는 소식이다. 14일(한국시간)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예멘을 상대로 득점 없이 0-0으로 비기며 조 2위로 넉아웃 스테이지에 합류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이번 대회 상위 8개 팀에게 주어지는 오는 11월 카타르 FIFA U-17 월드컵 출전권도 따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썩 시원하지는 않았다. 1차전 UAE전 1-1 무승부 이후 2차전에서 베트남을 4-1로 크게 완파하며 기세를 타는 듯했지만, 마지막 예멘전에서 발목을 잡혔다. 경기 내내 압도적인 점유율을 쥐고도 상대의 밀집 수비를 파훼하지 못했고, 결정적인 찬스들을 허공으로 날리며 끝내 승점 1점을 챙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오히려 조 1위로 올라선 베트남에게 쏠린 모양새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 ‘풋볼 채널’조차 14일 보도를 통해 이 상황을 꽤나 건조하게 짚었다. 매체는 “한국이 예멘을 꺾었다면 1위를 확정 지을 수 있었으나 득점 없이 비겼고, 그 사이 베트남이 UAE를 3-2로 잡아내며 극적으로 C조 1위로 뛰어올랐다”고 분석했다. 결국 한국은 1승 2무(승점 5)를 기록해, 2승 1패(승점 6)를 기록한 베트남에 조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8강에 진출하게 됐다.

저무는 시대와 떠오르는 세대, 묘하게 겹치는 한국 축구의 궤적

과거 1986년과 2002년 두 차례나 U-17 아시안컵 정상을 차지했고, 직전 대회인 2025년 사우디 대회에서도 4강에 올랐던 한국이다. 월드컵 진출이라는 1차 관문은 무사히 통과했지만, 아시아 무대 조별리그에서부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진땀을 빼는 유망주들의 모습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단 1분이라도 더 뛰기 위해 정들었던 팀을 떠나 짐을 싸는 노장과 분노하며 화환을 보내는 팬들이 뒤엉킨 K리그의 풍경, 그리고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베트남에 조 1위를 내어주며 찝찝한 발걸음을 옮기는 U-17 대표팀의 행보. 끝을 향해 달려가는 베테랑의 시계와 이제 막 세계로 나아가려는 소년들의 고군분투가 참 기묘하게 겹쳐 보이는 시점이다. 당장 이 답답한 흐름을 끊어낼 명쾌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척박한 위치에서 묵묵히 버텨내고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하는 냉혹한 그라운드의 현실만이 남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