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나스닥 상장 당시 비욘드 미트의 폼은 그야말로 미쳤었다. 식물성 재료로 고기의 식감을 구현해낸 이들의 제품은 인류를 기아와 환경 오염에서 구원할 혁신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상장 첫해 5월 65.75달러였던 주가는 불과 두 달 만에 234.9달러를 뚫어버렸다. 맥도날드, 타코 벨, 펩시코 등 글로벌 공룡들이 앞다투어 손을 내밀며 사세는 무섭게 팽창했다.
하지만 그 화려했던 장밋빛 환상은 이제 처참하게 박살 난 상태다. 한때 세상을 바꿀 것 같았던 이 회사는 현재 주당 1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굴욕적인 동전주(penny stock) 신세로 전락했다. 고점 대비 무려 99% 가까이 증발한 수치다. 실적을 뜯어보면 상황은 더 암울하다. 작년 3분기에는 전년 동기의 4배에 달하는 1억 1070만 달러(약 1627억 원)라는 경악스러운 순손실을 냈고, 그 충격으로 주가가 1.22달러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성적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5%나 고꾸라진 5800만 달러 선에 머물렀다. 비일관적 회계기준(Non-GAAP)으로 순손실 폭을 4680만 달러까지 억지로 쥐어짜며 줄이긴 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며 여전히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건 매한가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시장은 냉정하고, 대체육은 맛과 가격, 그리고 건강이라는 3중 장벽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업체들은 “진짜 고기와 차이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소비자들의 미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고기 특유의 만족감과 풍미는 완벽히 흉내 내지 못하면서, 가격은 일반 육류 대비 1.5배에서 2배나 비싸다. 파이가 커지지 않으니 규모의 경제는 요원하고, 재구매율은 뚝뚝 떨어져 3분기 판매량마저 10% 역성장했다. 여기에 치명타를 날린 건 다름 아닌 ‘건강’ 이슈다. 친환경 웰빙 식품인 줄 알았던 대체육이 사실은 원재료를 분리하고 화학적으로 변형해 뭉쳐 놓은 전형적인 ‘초가공식품’이라는 사실이 부각된 것이다. 회사 측은 일반적인 정크푸드와는 결이 다르다고 항변하지만, 한 번 훼손된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임파서블 푸드 같은 발 빠른 신흥 강자들은 물론, 타이슨 푸드나 호멜 등 자본력을 앞세운 뼈 굵은 전통 식품 대기업들까지 이 판에 뛰어들면서 비욘드 미트의 입지는 더욱 쪼그라들었다. 견고할 줄 알았던 파트너십은 줄줄이 정리됐고 중국 시장에선 사실상 짐을 쌌다. 벼랑 끝에 몰린 회사는 결국 다소 뜬금없는 생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브랜드에서 아예 ‘미트(Meat)’라는 단어를 슬쩍 지우고 식물성 단백질이라는 뉘앙스로 포장을 바꾸더니, 2월에는 ‘비욘드 이머스(Beyond Immerse)’라는 식물성 탄산음료 라인업까지 론칭했다. 대체육 기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비즈니스를 확장하겠다는 심산인데, 판을 뒤집기엔 다분히 안쓰러운 행보다. 음료 시장은 건강이나 무설탕을 무기로 내세운 온갖 화려한 제품들이 피 터지게 싸우는 거대한 레드오션이다. 패키징이 아무리 그럴싸해도 이제 와서 뒷북을 치며 진입한 제품이 유의미한 틈새를 파고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이머스 라인이 기적적으로 히트를 친다 한들, 회사 전체의 구조적인 매출 하락과 막대한 적자 늪을 메우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육이라는 테마 자체가 완전히 명운을 다했다고 단정 짓기는 섣부르다. 세계 최대 시장조사 업체인 리서치 앤드 마켓은 2030년까지 글로벌 대체육 시장이 연평균 14.7%씩 성장해 218억 1000만 달러(약 32조 원) 규모로 클 거란 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300억 원 남짓한 좁은 국내 시장에서도 풀무원이나 CJ제일제당, 신세계푸드 같은 굵직한 기업들이 당장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롱테일 관점에서 조용히 기술 고도화에 매달리고 있다. 언젠가 시장이 폭발할 타이밍을 대비해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산업의 거시적인 잠재력과 지금 당장 내 계좌를 불려줄 투자처를 고르는 건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현재 비욘드 미트의 주가가 기형적으로 싼 건 사실이나, 주식이 싼 데는 다 그럴 만한 지독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떨어지는 칼날’을 섣불리 쥐는 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
오히려 진짜 수익을 쫓는 투자자라면 시선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게 현명할지 모른다. 2009년 당시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무명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더블 다운(Double Down)’ 강력 매수 시그널이 떴을 때 5천 달러를 던졌던 이들이 지금 280만 달러가 넘는 돈방석에 앉은 것처럼 말이다. 흥미롭게도 최근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이와 동일한 수준의 ‘강한 확신(Total Conviction)’ 시그널이 1조 8천억 달러 규모로 팽창 중인 우주 산업의 한 핵심 플레이어에게 켜졌다. 엔비디아 덩치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이 기업의 주가는 고점 대비 20%가량 빠져 있어 진입 타이밍마저 열려 있는 상태다. 희망 고문에 갇혀 침몰하는 식물성 고기 패티의 기적을 바라는 것보다, 차라리 우주를 향해 쏘아 올려지는 새로운 궤도에 조용히 탑승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투자의 본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