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시장에서 역사적인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가 심화되면서 은값이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실물 은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가격이 또다시 급등하며 시장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주 급락했던 국제 유가는 미중 무역 갈등 완화 기대감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은값, 52달러 돌파… 귀금속 시장 전반의 강세
현물 은 가격은 장중 온스당 52달러를 넘어서며 3.7%까지 급등해 지난주의 고점을 경신했습니다. 금값 역시 8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적인 랠리를 이어가며 4,100달러 선에 근접했습니다. 투자 수요 급증으로 인한 시장 스트레스가 다른 귀금속으로 번지는 조짐을 보이면서 플래티넘과 팔라듐 가격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이번 은값 폭등의 핵심 원인은 런던 시장의 유동성 부족 문제입니다. 이로 인해 은 가격은 1980년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 기록했던 온스당 52.50달러라는 역사적 고점에 가까워졌습니다. 특히 런던과 뉴욕의 가격 격차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일부 트레이더들은 런던의 높은 가격에 은을 판매하기 위해 항공편으로 은괴를 수송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금 수송에만 사용되던 비싼 운송 방식이 동원된 것입니다. 월요일 기준 두 시장 간의 프리미엄은 온스당 약 1.60달러에 달했습니다.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려는 투자자들의 비용 부담도 극에 달했습니다. 런던 시장에서 은을 차입하는 비용을 나타내는 1개월 리스 금리는 지난 금요일 연율 30%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금과 팔라듐 시장에서도 나타나며 런던의 실물 귀금속 보유고에 대한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은 시장은 금 시장보다 유동성이 낮고 규모가 약 9배 작아 가격 변동성이 더욱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중앙은행의 매수세가 뒷받침되지 않는 은의 특성상, 투자 흐름이 일시적으로만 위축되어도 최근 랠리를 이끈 런던 시장의 경색이 풀리면서 불균형적인 가격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올해 4대 주요 귀금속은 55%에서 82% 사이의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원자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랠리는 각국 중앙은행의 매수세,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 증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등에 힘입은 것입니다. 반복되는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 내 정치적 불안정성 또한 안전 자산 수요를 부채질했습니다.
국제 유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5개월 만의 최저치에서 회복
지난 금요일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국제 유가가 월요일 반등했습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정상 간의 잠재적 회담이 무역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브렌트유 선물은 65센트(1%) 상승한 배럴당 63.38달러를 기록했으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64센트(1.1%) 오른 59.54달러에 거래되었습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금요일에는 약 4% 하락하며 5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으로 마감한 바 있습니다.
시장의 투자 심리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소식에도 힘을 얻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미국의 중재안에 따라 생존 이스라엘 인질 20명을 석방하면서 2년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이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인 여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DBS의 수브로 사카르 에너지 분석가는 “지난주 유가 폭락은 가자지구 휴전과 11월 10일 무역 휴전 마감 시한을 앞둔 미중 무역 변동성 재부각이 주된 원인이었다”며, “양국이 협상 의지를 보이면서 시장의 추가적인 매도세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앞서 지난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확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 수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서면서 무역 갈등이 격화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월요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말 한국에서 만날 계획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습니다.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9월 원유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하루 1,150만 배럴을 기록하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의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대로 유지했으며, OPEC+의 증산이 지속됨에 따라 2026년에는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