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기장은 우주 방사선과 태양풍의 고에너지 입자로부터 지구의 생명체를 보호하는 필수적인 방패 역할을 합니다. 이 복잡하고 역동적인 힘은 주로 지하 3000km 깊이에 있는 외핵, 즉 소용돌이치는 액체 철의 바다에서 생성됩니다. 마치 자전거의 발전기처럼 회전하는 도체 역할을 하는 외핵은 전류를 생성하고, 이 전류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구의 전자기장을 만들어냅니다. 실제 과정은 훨씬 더 복잡하지만, 이 자기장 덕분에 지구는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합니다.

남대서양 이상 현상, 아프리카 인근서 급격한 변화 감지

지구 자기장이 유독 약한 지역인 ‘남대서양 이상 현상(South Atlantic Anomaly)’은 19세기에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남아메리카 남동쪽에서 시작된 이 지역은 오늘날 우주 안전에 있어 주요 관심사입니다. 이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은 더 높은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되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핵심 부품이 손상될 수 있으며, 심지어 기능이 완전히 정지될 수도 있습니다.

유럽우주국(ESA)의 지구 탐사 임무 ‘스웜(Swarm)’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최신 연구 결과가 ‘지구 및 행성 내부 물리(Physics of the Earth and Planetary Interiors)’ 저널에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남대서양 이상 현상은 2014년부터 2025년까지 꾸준히 확장되었으며, 특히 2020년 이후 아프리카 남서쪽 대서양 지역에서는 자기장 약화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핵과 맨틀 경계의 미스터리, ‘역자속’ 현상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인 덴마크 공과대학의 지구자기학 교수 크리스 핀레이(Chris Finlay)는 “남대서양 이상 현상은 단일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남아메리카 근처와 아프리카 방향으로 변화하는 양상이 다릅니다. 특히 아프리카 인근 지역에서는 자기장이 더 강하게 약화되는 특별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의 액체 외핵과 암석질 맨틀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자기장 패턴, 이른바 ‘역자속 지점(reverse flux patches)’과 관련이 있습니다. 핀레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남반구에서는 자기력선이 핵에서 바깥으로 뻗어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남대서양 이상 현상 아래에서는 자기장이 핵으로 다시 들어가는 예상치 못한 영역이 관찰됩니다. 스웜 위성 데이터 덕분에 우리는 이 영역 중 하나가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이동하며 해당 지역의 자기장 약화를 가속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시베리아는 강화, 캐나다는 약화… 역동적인 자기장 변화

스웜 위성의 최신 데이터는 지구 자기장이 얼마나 역동적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남반구에는 자기장이 특히 강한 지점이 하나 있지만, 북반구에는 캐나다와 시베리아 주변에 각각 하나씩, 총 두 개의 강한 지점이 존재합니다.

핀레이 교수는 “지구 자기장은 막대자석처럼 단순한 쌍극자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스웜과 같은 위성을 통해서만 이 복잡한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그 변화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스웜 위성이 궤도에 머무는 동안 시베리아 상공의 자기장은 강화된 반면, 캐나다 상공은 약화되었습니다. 캐나다의 강한 자기장 영역은 지구 표면적의 0.65%(인도 면적과 거의 동일)만큼 줄어들었고, 시베리아 지역은 0.42%(그린란드 면적에 해당)만큼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SA ‘스웜’ 위성, 11년간의 관측으로 지구의 비밀을 풀다

이번에 발표된 지구 핵 자기장 모델은 ESA 스웜 위성 임무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2013년 11월 22일에 발사된 세 쌍의 동일한 위성으로 구성된 스웜은 현재까지 우주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속적으로 자기장을 측정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지구 관측 기술의 실증기로 개발된 이 위성들은 설계 수명을 훌쩍 뛰어넘어 장기 데이터 기록의 핵심 요소가 되었으며, 내비게이션에 사용되는 전 세계 자기장 모델의 기초 데이터를 제공하고 우주 기상 위험을 감시하는 등 지구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전례 없는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