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과학자들이 빙하기가 곧 온다며 협회를 만들고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어요.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 목표도 조작된 거라며 공격하죠. 말이 됩니까? 정말 화가 납니다.”
이렇게 분노를 표출한 제보자는 스스로를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고 불렀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하루빨리 빙하기가 도래하길 바라는 과학자협회’의 연구실은 북극 스발바르 제도 롱이어비엔에 위치해 있습니다. 인간이 정착한 지역 중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곳입니다.
연구실 문을 열자, 순록과 북극여우가 냉장고만 한 컴퓨터와 연결된 모니터 앞에서 복잡한 그래프를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화면 속 꺾은선 그래프는 지구 평균기온을 나타내고 있었고, 그 선은 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상황을 파악하러 온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의 왓슨 요원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아직 겨울 털이 다 자라지 않은 북극여우 박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 그래프는 지구 기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를 가정한 모델입니다. 우리가 빙하기를 원한다고 해서 지금의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의 기후 순환상으로 보면 지금쯤 빙하기가 시작되어야 정상이긴 하죠. 그러나 현재의 온난화 현상은 분명 실재하는 문제입니다.”
이에 홈스 반장이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그렇다면, 1.5도 상승 목표가 거짓이라는 전단지를 만든 적도 없다는 뜻인가요?”
북극여우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습니다.
“물론입니다. 몇 달 전 연구실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우리를 사칭한 사람들이 만든 거예요. 화석연료 업계와 연관된 로비스트들이 배후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북극 생태계를 해치는 빙하 댐 건설 이야기도 퍼뜨렸고요.”
“우리 협회에는 북극 생태계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북극곰 박사와 북극고래 박사가 그들입니다. 북극곰 박사는 바다 얼음이 줄어들어 건강이 좋지 않아, 오늘은 북극고래 박사의 의견을 들어보시죠. 150세가 넘은 이 고래 박사는 기후위기 이전의 환경을 기억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 시각, 바다얼음 샘플링을 마친 북극고래 박사가 연구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고요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습니다.
“지금 인류가 살고 있는 지질시대가 어딘지 아시오? 바로 ‘신생대 제4기 홀로세’입니다. 인류세라는 새 지질시대가 공식화될 뻔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됐지요. 제4기는 약 258만 년 전부터 시작됐고,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로 나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홀로세는 약 1만7000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이에 왓슨 요원이 끄덕이며 말합니다.
“그때쯤이면 북미와 유럽을 덮었던 거대한 빙하가 물러난 시기겠네요.”
북극고래 박사는 이어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인간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 제4기 자체가 원래 ‘빙하기’에 해당합니다. 빙하기는 추운 ‘빙기’와 따뜻한 ‘간빙기’가 반복되는 구조인데, 지난 플라이스토세에는 약 20차례의 간빙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후반기에는 11만~12만 년 주기로 간빙기가 나타났고, 대개 1만 년 정도 지속됩니다.”
그의 설명은 의미심장했습니다. 지구는 원래 자연의 순환에 따라 다시 추운 빙하기로 접어들어야 할 시점이지만,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난화가 이 과정을 막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한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북극 동물들의 시선으로 본 지구의 미래는 불안정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아무리 자연스러운 주기를 바란다 해도, 현재의 위기를 부정하는 것은 거짓과 왜곡일 뿐입니다. 온난화는 실제이고, 그 영향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