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축구의 심장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영광과 좌절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과거 ‘지구 방위대’라 불리던 갈락티코 1기가 라이벌 바르셀로나에게 안방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던 기억은 여전히 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레알 마드리드는 이제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라는 새로운 재능을 통해 전술적 진화를 꾀하고 있다.

무너진 갈락티코, 호나우지뉴 매직에 무릎 꿇다

과거 2005-2006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홈 팬들 앞에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맛봤다.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이 이끄는 FC바르셀로나는 마드리드 원정에서 그야말로 ‘축구 레슨’을 펼쳤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호나우두, 지네딘 지단, 데이비드 베컴, 라울 곤살레스 등 초호화 라인업을 가동했으나, 그들은 바르셀로나의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 앞에서 그저 ‘노쇠한 군단’에 불과했다.

승부는 사실상 개인 기량에서 갈렸다. 바르셀로나의 사뮈엘 에투는 번개 같은 스피드로, 호나우지뉴는 마법 같은 드리블로 레알 수비진을 유린했다. 전반 15분, 에투는 수비수 3명 사이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뚫고 들어가 토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진 후반전은 호나우지뉴의 독무대였다. 그는 후반 15분과 31분,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2~3명을 순식간에 제치는 현란한 개인기로 연속골을 폭발시켰다. 0-3 완패. 호나우지뉴의 천진난만한 미소 뒤에 숨겨진 파괴력에 베르나베우는 침묵에 빠졌고, 바르셀로나는 이 승리로 리그 1위를 탈환하며 우승 경쟁의 주도권을 잡았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라이벌전 완패라는 충격 속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부상 터널 뚫고 나온 알렉산더-아놀드, 클래스를 증명하다

과거의 아픔을 뒤로하고 현재로 시선을 돌리면, 레알 마드리드는 새로운 영입생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를 통해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잉글랜드 출신의 이 풀백에게 마드리드에서의 데뷔 시즌은 순탄치 않았다. 잦은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팀에 녹아들 리듬을 찾지 못해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레알 소시에다드전은 그가 왜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는지를 단 60분 만에 증명한 무대였다. 현지 매체 ‘AS’에 따르면, 마드리드 선수단은 단 몇 차례의 훈련만으로도 알렉산더-아놀드가 가진 특별한 재능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신뢰는 실전에서 빛을 발했다.

기존 풀백과는 다른 차원의 배급 능력

소시에다드전 선제골 장면은 동료들이 그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곤살로 가르시아는 공이 정확한 타이밍에 배달될 것임을 확신하고 자신 있게 공간으로 침투했고, 알렉산더-아놀드는 그 믿음에 정교한 패스로 화답했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기존 자원들과의 차별성에 있다. 다니 카르바할이나 알바로 카레라스 같은 풀백들이 수비적 견고함이나 오버래핑에 강점을 보인다면, 알렉산더-아놀드는 압도적인 ‘볼 배급’ 능력을 자랑한다. 그는 단순히 터치라인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후방 깊숙한 곳에서 공격 작업을 주도한다.

현대 축구에서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을 무력화하는 것은 필수적인데, 알렉산더-아놀드는 패스 길을 미리 읽고 까다로운 구질의 패스를 쉽게 연결하며 팀 공격의 혈을 뚫었다. 그가 오른쪽 측면에서 찔러주는 롱 패스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나 곤살로 같은 공격수들이 속도를 살려 위험 지역으로 진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록 짧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해 팀에 적응한 그가 보여줄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에 충분했다.